비유하자면 잎채소는 드라마 속 감초 같은 조연의 위치였다고 생각해요. 요리의 주인공으로 나서기보다 주재료의 곁에서 쌈과 샐러드 믹스로 싱그러움을 더하며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냈죠. 이번 에피큐어를 통해 잎채소는 식탁 위의 주연으로 등극합니다. 생식으로 잎을 주로 먹는 다양한 채소를 조명했어요. 품종에 따라 각기 다른 잎채소의 쓰임새와 고유한 특징을 살피고 맛과 식감에 집중해 취향을 안내하는 지도를 그렸습니다. 잎채소와 잘 어울리는 재료를 찾는 오디션도 준비했죠. 몰랐던 배우의 이름을 알게 된 후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더 반가워지는 것처럼 일상에서 마주친 잎채소를 알아채는 재미가 더해지길 바라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듯 어제의 샌드위치 속 잎채소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즐거움도 함께요. 그럼 이제 청량함으로 꽉 채운 한 편의 레터를 관람해 볼까요?
언뜻 보기에 서로 닮은 잎채소지만 자세히 보면 종부터 다릅니다. 그에 따라 맛과 성격도 제각각이죠. 상추류부터 독특한 풍미의 향신 엽채류까지.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보이기 시작해요.
잎이 넓고 푸릇한 상추류
1 로메인 | 시저 샐러드의 주재료로 친숙하며 서양에서 요리에 흔히 사용하는 잎채소.
2 적상추 | 안토시아닌 성분이 있어 붉은색을 띤 상추. 청상추에 비해 쌉쌀한 맛이 더 강한 편.
3 청상추 | 대표적인 쌈 채소로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잎채소.
4 프릴아이스 | 프릴처럼 주름진 잎 모양을 가져 붙은 이름. 두께가 두꺼워 씹는 맛이 좋음.
5 버터헤드 | 꽃송이 상추라고도 불림. 버터처럼 고소하고 달큼한 풍미가 있어 붙여진 이름.
6 카이피라 | 잎은 상추를, 줄기는 양상추를 닮은 유러피안 잎채소. 수분이 많아 청량하게 즐길 수 있음.
쌉쌀함이 매력인 치커리류
1 치커리 |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물론 단맛과 고소한 맛도 느껴지는 복합적인 풍미. 뿌리를 볶아 커피 대용으로 마시기도 함.
2 라디치오 | 이탈리아 치커리라는 별명. 흰 줄기와 자줏빛 잎으로 요리에 색을 더하기 위해 많이 활용.
3 엔다이브 | 치커리 뿌리에서 새로 돋아난 싹 부분으로 작은 배추처럼 잎이 겹겹이 뭉친 모양새.
생김새가 다채로운 배추류
1 케일 | 슈퍼 푸드로 선정될 만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고 알려짐. 즙을 내 먹는 잎채소로 선호도가 높음.
2 청경채 | 중국 배추로도 소개됨. 맛이 부드럽고 순한 편이라 이유식 재료로도 선호.
3 겨자잎 | 톡 쏘는 겨자 맛이 느껴짐. 고기가 가진 느끼함과 생선의 비린 맛을 잘 잡아 주로 쌈으로 먹음.
줄기의 존재감이 큰 근대류
1 청근대 | 더위에 견디는 힘이 다른 잎채소에 비해 강한 편. 여름에는 시금치 대용으로 재배하기도 함.
2 적근대 | 청근대에 비해 약간의 쌉쌀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잎맥이 붉어 요리에 색을 내기 좋음.
독특한 맛과 향을 간직한 향신 엽채류
1 당귀잎 | 주로 쌈에 줄기째 하나씩 곁들여 먹는 잎채소. 깊은 고유의 향이 인상적.
2 시소잎 | 깻잎과 닮아 일본 깻잎이라는 별명. 특유의 상큼한 향이 강함.
3 레드쏘렐 | 작고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며 레몬을 닮은 산미로 요리에 개성을 더함.
4 쑥갓 | 조리 과정에서도 본연의 싱그러운 향을 잃지 않아 여러 요리에 함께하기 좋음.
5 루꼴라 | 씹을수록 고소하고 쌉쌀하면서도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짐. 느끼함을 잘 잡아 치즈와 좋은 궁합.
6 깻잎 | 들깨의 잎. 작은 솜털이 있어 까슬거림을 느낄 수 있고, 개운한 향. 상추와 함께 대표적인 쌈 채소로 꼽힘.
얇은 잎채소 한 장에도 의외로 다양한 맛과 식감이 담겨 있어요. 그 차이를 기준으로, 위에서 살펴본 품종을 네 가지 스타일로 정리했어요. 그날그날 입맛에 따라 끌리는 잎채소를 골라보세요.
부채처럼 큰 즙용 케일은 여느 케일과 무엇이 다를까요? 유러피안 잎채소는 주로 수경재배로 큰다던데 그 맛에 부족함은 없을까요? 매곡의 황한수 농부와 농업회사 팜에이트에 물어봤어요.
손바닥보다 커다란 즙용 케일
쌈 케일과 무엇이 다른가요? 즙용 케일은 잎을 크게 키워 많은 즙을 얻을 수 있어야 해요.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쌈 케일보다 재배 간격을 넓게 두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품종부터 쌈 케일과 달리하기도 합니다. 농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잎이 더 부드럽고 순한 종을 골라요.
크기만큼 다양한 활용도 크기가 커 씻고 다듬는 게 귀찮지만 즙용 케일은 대개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순해요. 잘라서 생식하거나 수프 같은 요리에 써도 좋죠. 수율을 높이기 위해 잎이 두껍고 뻣뻣한 품종을 쓰는 농가도 있으니 케일의 성격을 파악해 적절하게 활용해보세요.
구멍 난 케일의 속사정 케일은 벌레가 유난히 좋아하는 채소예요. 더군다나 즙용 케일은 건강을 위해 찾는 분을 생각해 유기농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으니 구멍 난 케일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죠. 농가에서 최대한 골라내지만 구멍이 있다고 문제 있는 케일은 아니랍니다.
물에서 자라는 유러피안 잎채소
어느덧 친근해진 유러피안 잎채소 유러피안 잎채소는 주로 스마트팜처럼 기술이 적용된 농장에서 재배돼요. 식문화가 바뀌며 자연스레 생산량이 늘고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가 되었죠. 사실 과거에도 유러피안 잎채소는 국내에서 많이 자랐어요. 잘 알려지지 않아 낯설었을 뿐이죠.
유러피안 잎채소가 물에서 자라는 이유 유러피안 잎채소로 불리는 버터헤드나 카이피라 같은 품종은 대부분 처음부터 수경재배에 적합하도록 개량됐어요. 줄기가 짧고 뿌리 발달이 빨라 수분을 잘 흡수하죠. 토경재배를 하는 농가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요.
수경재배 채소는 맛과 향이 부족할까? 수경재배는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담은 ‘양액’을 활용해요. 물속에 흙이 있다고 생각하면 알맞죠.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어 풍미가 약하지 않습니다. 환경 변화에 대처가 쉬워 채소의 좋은 품질을 지키기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잎채소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곁들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어요. 채소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3인이 제안하는 샐러드 & 쌈 조합으로 신선하게 입맛을 깨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