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듯, 익숙하지 않은 것들 앞에선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죠. 유럽 식사빵의 첫인상도 비슷하지 않던가요?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땐 어떻게 즐겨야 하나 막막한 기분을 주었어요. 하지만 막상 맛을 본 뒤에는 그 꾸밈 없고 소박한 맛이 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한번 빠지면 매력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가기 어렵죠. 이번 에피큐어에서는 바게트와 깜빠뉴, 치아바타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 식사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밀가루·소금·물·효모라는 단출한 재료로 깊은 풍미를 내는 빵이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버터나 달걀이 들어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빵까지 포함해 다채롭게 준비했어요. 레터를 다 읽고 나면 다양한 유럽 식사빵의 맛과 식감을 구별하고, 재료와 발효 방식이 어떻게 풍미를 결정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섬세한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드는지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구독자 님이 식사빵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으면 해요. 밥 대신 구독자 님과 잘 맞는 식사빵으로 식탁을 꾸려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LOVE FOOD, LOVE LIFE!
밀가루·소금·물·효모라는 기본 재료에 어떤 걸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가지는 식사빵. 밀가루로 만드는 다양한 풍미 가운데, 여러분의 취향은 어느 쪽인가요?
앞에서 살펴본 식사빵의 맛과 식감을 한 장의 표로 정리했어요. 고소와 담백, 폭신과 묵직 그 사이에 놓인 내 취향을 알아보세요. 정반대의 빵을 먹어보며 그 차이를 깨닫는 재미도 있겠죠?
사워도우는 단단하고 시큼한 빵일까요? 사워도우하면 떠오르는 베이커리, 타르틴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밀·효모·글루텐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는 OX퀴즈도 풀며 식사빵을 더 알아가요.
사워도우, 네가 궁금해
사워도우란 무엇인가요? 자연의 효모와 유산균이 들어있는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사워도우라고 합니다. 이 의미와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의 이름은 다를 수 있어요. 타르틴의 경우 밀가루·소금·물·자연 발효종으로 만든 가장 기본적인 사워도우 빵을 컨트리, 다른 곡물이나 견과류 등을 더해 맛과 식감을 달리한 빵을 사워도우라고 부르거든요.
사워도우는 단순히 ‘사워’하지 않다 이름과 달리 사워도우는 시큼한 빵이 아니에요. 다양한 균이 활동하며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그 안에 신맛도 포함될 수 있지만 두드러지지 않아요. 타르틴은 크루아상과 브리오슈에도 풍미와 식감을 위해 자연 발효종을 쓰지만 신맛은 나지 않습니다.
테루아가 깃드는 빵, 사워도우 자연의 균을 활용하는 사워도우에는 지역의 개성이 담겨요. 샌프란시스코를 사워도우의 고장으로 만든 건 발효에 적합한 서늘하고 안개가 잦은 기후와 함께 그 지역의 효모가 내는 독특한 맛이죠. 막걸리 발효종을 쓴 타르틴의 멀티그레인은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어요.
OX 퀴즈로 푸는 식사빵의 오해
Q. 통밀과 호밀은 단순한 이름 차이다? 정답 | X 현미처럼 껍질을 남긴 밀이 통밀, 호밀은 밀과 완전히 다른 종입니다. 풍부한 식이섬유와 거친 식감이 통밀의 매력이라면 밀도가 높아 꾸덕하고 발효종을 활용했을 때 느껴지는 강한 신맛이 호밀을 찾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Q. 제빵용 이스트는 인공적으로 만든 효모다? 정답 | X 제빵용 이스트와 천연 효모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해요.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기계로 배양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천연 효모처럼 다양한 균이 만드는 복잡한 맛을 내기는 어렵지만 빠르고 안정적으로 빵을 발효할 수 있어요.
Q. 건강을 생각한다면 글루텐 프리 빵이 좋다? 정답 | X 글루텐은 밀의 두 가지 단백질이 반죽 과정에서 만드는 그물 구조의 물질이에요. 빵이 잘 부풀 수 있게 돕고 쫄깃한 식감을 만들죠. 일부 글루텐에 면역 반응이 있는 사람은 글루텐을 피해야 하는 게 맞지만 글루텐 자체가 몸에 나쁘다는 근거는 부족해요.
식사빵의 정체성은 투박하고 담백한 맛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변주하기도 해요. 우드앤브릭과 블랑제리코팡이 한국적 감각을 가미해 만든 감자치아바타와 쌀바게트에 대해 알아봤어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지향하는 베이커리. 천연 효모로 발효하여 밥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유럽 식사빵을 만듭니다.
입맛을 당기는 쫀득함, 감자치아바타 “우리나라에서는 빵을 간식이나 디저트로 즐기는 분이 많아서 거친 빵보다 부드럽고 쫄깃한 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요. 이를 반영해 반죽에 찐 감자를 넣은 치아바타를 만들게 되었죠. 찰진 식감을 내기 위해 타피오카 가루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빵이 금방 마르고 버석거려요. 하지만 감자를 넣으면 수분 함량이 높아져서 더 오래 빵 맛을 유지해요."
망원동에 위치한 프랑스 빵 전문 베이커리. ‘친구 같은 빵집’이라는 이름처럼 낯선 유럽의 빵을 친근하게 전합니다.
씹을수록 기분 좋은 맛, 쌀바게트 “바게트의 딱딱한 식감에 거부감이 있거나, 단독으로 먹기에 심심하게 여기는 분들이 제법 많아요. 그래서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를 넣어보고자 쌀가루를 활용한 바게트를 고안했죠. 쌀바게트는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져서 쌀밥을 연상시켜요. 식감이 부드러워서 버터, 올리브 오일 정도만 곁들여도 좋아요. 빵의 밀도가 높아서 수프에 찍어 먹는 것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