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허브를 만나면 알게 되는 감각

에피큐어를 시작할 때 추운 겨울이었는데 3번의 레터를 발행하고 나니 봄이 찾아왔네요. 화사하고 싱그러운 이 계절을

2022. 3. 28.

The Epicure

에피큐어 구독자 멤버님 안녕하세요. 에피큐어를 시작할 때 추운 겨울이었는데 3번의 레터를 발행하고 나니 봄이 찾아왔네요. 화사하고 싱그러운 이 계절을 맞아 신선한 허브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멤버님은 허브를 어려워하는 입문자이신가요? 아니면 온갖 요리에 허브를 센스있게 곁들이는 허브 활용 고수이신가요? 허브의 향미가 입안 가득 움트는 감각적인 경험을 멤버님 취향에 맞게 누려 보세요.

에피큐어가 소개하는 허브를 하나씩 터득하며 요리에 활용하고 맛보면 됩니다.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요리라도 괜찮아요. 단조롭고 평범했던 음식이 허브 덕분에 입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거예요. 미식의 절정은 미각과 후각이 만날 때 찾아오는 법이거든요. 에피큐어 허브 편을 읽는 내내 멤버님의 코끝이 간질간질하고 입안이 알싸했다가 상쾌해지기도 하면 좋겠습니다. LOVE FOOD, LOVE LIFE!

허브의 복잡 미묘한 매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13가지 허브 프로필을 준비했어요. 대표적인 4가지 맛과 7가지 향으로 표현한 허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그 맛과 향을 머릿속으로 조합해 보세요.

Q. 육류 요리를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허브가 있다면요?
여러 육류에 두루 사용하기 좋은 허브는 로즈마리예요. 향이 강해 잡내를 없애주고, 열을 가해도 향이 날아가지 않죠. 소고기에는 타임이 특히 잘 어울리고요. 돼지고기를 세이지와 함께 요리하면 느끼함을 잡아줘요. 닭고기는 타라곤과 매치해 크림 스튜나 샌드위치로 즐겨보세요. 양고기를 다진 애플민트에 재운 뒤 구우면 산뜻한 풍미를 더할 수 있답니다.

Q.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허브는요?
A. 상쾌하거나 톡 쏘는 향을 지닌 허브를 추천해요. 연어와 딜은 빼놓을 수 없는 단짝이고요. 회, 초밥 등 날생선에 시소를 곁들이면 향긋함을 더할 수 있어요. 새우, 조개나 흰 살 생선 요리에는 타임을 활용해 보세요. 혹시 모를 비린내를 잡고, 상쾌한 풍미를 입혀준답니다. 섬세한 향을 지닌 처빌, 차이브는 향이 날아가지 않게끔 요리 마지막에 가니시로 활용하세요.

Q. 자주 쓰는 식재료와 허브를 매치할 수 있을까요?
A. 일상 식재료와 허브는 의외의 조합을 뽐낸답니다. 감자는 버터를 발라 로즈마리와 함께 구우면 근사하고요. 딜을 넣은 사워크림 또는 크림치즈를 발라 먹어도 좋아요. 오믈렛 등 달걀 요리에는 타라곤, 차이브를 잘게 썰어 넣어 보세요. 푸릇한 색감은 물론,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배가해 준답니다. 버섯은 세이지, 이탈리안 파슬리와 함께 볶거나 끓여 요리하세요.

Q. 토마토 요리에 잘 어울리는 허브가 있을까요?
A. 부드러운 감칠맛이 있는 바질, 이탈리안 파슬리는 토마토의 단짝이에요. 바질은 생토마토를 사용한 요리부터 파스타, 피자까지 두루 잘 어울리고요. 이탈리안 파슬리는 소스 등 열을 가하는 요리에 활용하기 알맞죠. 스튜, 소스를 직접 끓일 때는 건조 또는 냉동 오레가노 사용을 추천할게요. 향이 진하게 농축돼 있어 열을 오래 가해도 문제없답니다.

색(色)다른 바질 들여다 보기

‘바질’하면 싱그러운 초록빛 잎이 떠오르실 거예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바질은 ‘스위트 바질’이라는 품종이랍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질의 품종은 약 50개가 넘고, 품종에 따라 색과 맛, 향이 모두 미묘하게 달라요. 검붉은 잎을 지닌 ‘레드 바질’은 그중에서도 눈에 띕니다. 특유의 감칠맛과 상큼한 향이 강한 편이라 조금만 사용해도 존재감이 확실하죠. 예쁜 색감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에 사용하세요. 샐러드나 가니시로 활용하면 색다른 접시를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맛의 조합을 발견하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죠. 이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한 한식에 허브를 섞어보는 겁니다. 가령 향이 짙지 않으면서 알싸한 맛을 가진 차이브는 쪽파를 대신할 수 있고요. 깻잎의 쌉쌀한 풀 향이 필요할 땐 파슬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알맞은 요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에피큐어가 제안하는 레시피로 시작해 보세요.

골뱅이 딜 무침
Spicy Whelk and Dill Salad

보통 골뱅이 무침에는 풋풋하고 아삭한 미나리나 쌉쌀한 깻잎을 얹어 입맛을 끌어올리는데요. 무침 요리 특유의 개운함을 한껏 살리고 싶다면 신선한 딜을 듬뿍 올려보세요. 딜 특유의 상큼한 청량감 덕에 마지막 한 입까지 산뜻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재료 (2인분 기준)

딜 10g, 통조림 골뱅이 140g, 오이 1개, 당근 1/4개, 양배추 60g, 소면 100g

양념 재료 : 고추장 1.5큰술, 고춧가루 1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통깨 1작은술

RECIPE

1. 딜은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하고 잎 부분만 뜯어둡니다.

2. 통조림 골뱅이는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반으로 썰어 줍니다.

3. 오이와 당근은 0.5cm 두께의 반달 모양으로 썰고, 양배추는 0.5cm 두께로 채 썰어 둡니다.

Tip. 다른 채소를 사용해도 좋지만 향이 강한 미나리, 깻잎, 대파는 딜의 식감과 향을 가릴 수 있어 추천하지 않아요.

4. 끓는 물에 소면을 넣고 약 3분 30초 동안 삶은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합니다.

5. 볼에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잘 섞습니다.

6. 큰 볼에 손질한 골뱅이와 채소, ⑤의 양념장을 넣고 골고루 무칩니다.

7. 그릇에 골뱅이 무침을 담고 옆에 소면을 동그랗게 말아 올린 후 중앙에 딜을 넉넉하게 올려 마무리합니다.

세 가지 허브 전과 애플민트 양념간장
Three Herb Jeons with Apple mint Soy sauce

꽃잎이 나붓이 내려앉은 화전은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하죠. 꽃잎 대신 허브 잎으로도 맛과 멋을 더할 수 있습니다. 바삭한 전에 생 허브를 올려 보세요. 달큰한 맛과 옅은 후추 향을 머금은 바질은 감자전, 새콤알싸한 시소는 김치전, 상쾌한 향의 바질은 해물전과 찰떡궁합입니다.

1. 바질 감자전

재료

생 바질 15장, 중간 크기 감자 2개(약 350g), 물 1/2컵,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RECIPE

1. 세척한 바질은 물기를 제거하고 반죽 위에 올릴 바질 6~7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돌돌 말아 0.3cm 두께로 채 썰어 줍니다.

2. 껍질을 벗긴 감자는 깍둑 썰어서 물과 함께 믹서기에 곱게 갈아줍니다.

3. 고운 체에 ②를 밭쳐 감자와 물을 분리합니다.

4. ③에서 분리된 물은 10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윗물을 따라내고 바닥에 가라앉은 감자 전분을 건져 갈아 둔 감자에 넣고 잘 섞습니다.

5. 감자 전분을 섞은 반죽에 소금과 채 썬 바질을 넣고 섞어 줍니다.

6. 중약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3큰술 정도 넣고 잘 펴준 뒤, 위에 바질 잎을 한 장씩 올리고 앞뒤로 3~4분 정도 노릇하게 굽습니다.

Tip. 허브를 얹은 면은 불이 너무 세거나 오래 익힐 경우 색이 까맣게 변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확인하며 구워주세요.

2. 타임 해물전

재료

타임 10줄기, 양파 1/3개, 당근 1/4개, 대파 흰 부분 1대, 오징어 50g, 새우살 50g, 부침가루 1/2컵, 물 1/2컵, 식용유 적당량

RECIPE

1. 타임은 깨끗이 세척하고 3cm 정도의 길이로 썰어줍니다.

Tip. 타임 줄기가 굵고 질길 때는 잎만 뜯어서 사용하세요.

2. 양파, 당근, 대파는 0.3cm 두께로 얇게 채 썰어둡니다.

3. 오징어와 새우살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4. 볼에 부침가루와 물을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잘 저은 후 손질한 채소와 해물, 타임을 넣고 골고루 섞어줍니다.

5. 중약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3큰술 정도 넣고 잘 펴준 뒤, 앞뒤로 2~3분 정도 노릇하게 굽습니다.

3. 시소 김치전

재료
시소 7장, 익은 김치 1컵, 부침가루 1/2컵, 물 1/2컵, 식용유 적당량

RECIPE

1. 시소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합니다.

2. 김치는 잘게 다져줍니다.

3. 볼에 부침가루와 물을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잘 저은 후 다진 김치를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4. 중약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3큰술 정도 넣고 잘 펴준 뒤, 위에 시소 잎을 올리고 앞뒤로 2~3분 정도 노릇하게 굽습니다.

Tip. 허브를 얹은 면은 불이 너무 세거나 오래 익힐 경우 색이 까맣게 변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확인하며 구워주세요.

4. 애플민트 양념간장

재료
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애플 민트 3줄기

RECIPE

1. 애플민트는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하고 잎만 떼어내 채 썰어 줍니다.

2.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섞은 후 전에 곁들입니다.

Tip. 양념간장은 완성 후 애플민트의 향이 충분히 배어들 수 있도록 5분 정도 두었다가 드세요.

냉장고 안에서 쭈글쭈글하게 변한 허브를 볼 때면 진작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들곤 하죠. 프레시 허브를 제때 즐기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에피큐어가 세 가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1. 허브 오일 큐브

잘게 자른 허브와 올리브오일을 함께 얼려 만드는 아이스 오일 큐브입니다. 파스타, 스테이크, 감바스 등 오일 베이스의 메뉴를 만들 때 한두 조각씩 꺼내 활용하세요.

추천 허브
로즈마리, 바질, 타임, 오레가노 등 비교적 단단한 허브

필수 재료
얼음 트레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만드는 법
1. 허브의 이파리를 뜯거나 잘게 잘라 준비합니다. 타임은 줄기째 사용해도 좋아요.
2. 얼음 트레이 칸의 ⅔를 허브로 채웁니다.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가득 붓고 뚜껑을 덮어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4. 오일이 불투명한 레몬색을 띠면, 얼음 트레이에서 꺼내 지퍼백에 소분합니다.

2. 허브 식초

가열하지 않고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인퓨즈드 비니거입니다. 어떤 식초를 베이스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향미가 크게 달라져요. 일상적인 요리에 두루 활용하기 좋은 식초를 만들고 싶다면 현미 식초와 화이트 와인 식초, 허브 조합을 추천합니다.

추천 허브
이탈리안 파슬리, 로즈마리, 세이지
필수 재료
소독한 유리병, 현미 식초, 화이트 와인 식초
만드는 법
1. 생 허브를 굵게 다져 유리병의 ⅓ 정도 채웁니다.
2. 2가지 식초를 1:1 비율로 유리병의 ½ 부근까지 붓습니다.
3.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2~3주간 보관합니다. 식초와 허브가 잘 섞이도록 중간중간 흔들어주세요.
4. 2~3주가 지나면 허브 이파리를 체로 걸러냅니다. 만든 식초는 상온에 두고 사용하세요.

3. 허브 솔트

시중에 파는 허브 솔트는 많지만, 그중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원하는 허브향을 오롯이 품은 허브 솔트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허브의 수분으로 인해 소금이 굳을 수 있으므로 허브는 잘 말려 사용해야 합니다.

추천 허브
타임, 로즈마리, 오레가노

필수 재료
레몬, 라임, 강판, 천일염

만드는 법
1. 허브 줄기는 제거하고 이파리만 모아 말립니다. 말린 잎이 크다면 곱게 갈아주세요.
2. 레몬과 라임 겉껍질을 강판으로 갈아 제스트로 만든 후 말립니다.
3. 천일염과 말린 허브, 말린 제스트를 볼에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4. 소금통이나 양념 용기에 소분해 별도 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