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멤버님 안녕하세요. 세상에 불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불고기는 우리의 소울푸드입니다. 숟가락을 쥐기 시작한 그날부터 어쩌면 우리는 불고기에 눈을 떴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누군가 불고기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하긴 어렵죠. 불과 고기의 합성어이니 불에 구운 고기가 불고기일까요? 몸이 기억하는 달콤짭쪼름한 양념 맛이 나는 고기만이 불고기일까요? 불고기라는 재미난 세 글자는 자꾸만 상상을 자극하는데요. 불고기에 관한 질문을 던지다가 저희는 불고기와 닮은 맥적, 설야멱적, 너비아니 등 우리 선조들의 음식을 발견했습니다.
오랜 세월 여러 세대를 거쳐 먹어온 숭고한 불고기를 그저 퍽퍽한 소고기 부위를 양념에 푹 재운 음식 정도로만 치부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좋은 불고기를 제대로 알기 위해 에피큐어 팀은 이번에도 음식 하나를 붙잡고 넓고 깊게 진지하게 파헤쳤습니다. 그 결과 불고기가 맛있어지는 쉬운 원리를 찾아냈어요. 이번 불고기 편은 에피큐어 팀이 새롭게 진행하는 신규 프로젝트의 예고편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불고기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와 이벤트를 들고서 다시 찾아올게요. LOVE FOOD, LOVE LIFE!
불고기를 더 맛있게,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면 에피큐어의 가이드를 따라 오세요. 좋은 고기, 어울리는 양념, 불판까지 제안해 드릴게요.
온지음 조은희 방장
한식 파인 다이닝 ‘온지음’의 주방을 지휘하는 셰프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궁중음식 이수자. ‘옛것을 바탕으로 바르고 온전하게 지금을 짓는다’는 온지음의 의미처럼, 전통 한식을 현시대에 맞게 재구현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온지음의 설야멱적
Q. 온지음의 메뉴에서 ‘설야멱적’이 유독 눈에 띄어요. ‘설야멱적’을 재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설야멱적(雪夜覓炙)은 ‘눈 내리는 밤에 찾는 고기 구이’를 의미해요. 눈이 오는 밤에 하나둘 모여 고기를 구워 먹던 과거 고려시대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죠. 고기를 태우지 않고 부드럽게 익히기 위해 눈 위에 잠깐 올려 식힌 후 다시 굽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방식, 그리고 설야멱적이라는 음식에 담긴 아름다운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맥적, 설야멱적, 너비아니 그리고 오늘날의 불고기로 이어지는 한국 고기 문화의 흐름 중에서도 설야멱적을 특히나 선보이고 싶었던 이유이죠.
Q. 오늘의 불고기는 설야멱적과 닮아있는데요. 방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불고기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양념이 너무 달거나 진하지 않아서 고기 본연의 육즙과 육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불고기를 이상적이라 생각해요. 화려한 기교나 소스로 멋 내지 않아 재료의 온전한 맛을 보존하고, 먹었을 때 양념의 맛보다도 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게 중요하죠. 개인적으로는 씹는 맛이 있도록 고기 두께를 도톰하게 썰어내어 너비아니 형태로 불향을 입혀가며 구운 불고기를 선호해요.
Q. 불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요. 팁을 주신다면요?
무엇보다 고기는 솔직합니다. 고기가 좋지 않으면 양념을 많이 하여 맛과 잡내를 가리고 보완해 주어야 하죠. 반면 좋은 고기는 양념을 순수하게 해도 충분히 훌륭한 맛을 내요. 대부분 진간장을 베이스로 불고기 양념을 만드실 텐데요.
좋은 소고기를 선택해 그 육즙과 육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불고기 양념에서 사용하는 간장의 종류와 그 양 또한 달라져야 해요. 저는 마블링이 좋은 등심 부위의 소고기로 불고기를 만들 땐 향이 진한 진간장 대신, 조선간장과 소금을 함께 쓰곤 합니다. 더욱 담백한 맛을 내고 싶다면 아예 간장 없이 소금과 새우젓만으로 간을 맞추기도 하죠.
서울, 언양, 광양. 이들 사이엔 한 가지 교집합이 존재해요. 바로 불고기로 이름나 있는 대표 지역이라는 점이죠.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듯, 지역마다 서로 다른 역사들이 불고기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3가지 불고기 타입을 불과 불판에 집중하며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