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6년,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대관식을 앞둔 하인리히 3세는 이탈리아 모데나의 영주로부터 식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포도를 으깨고 끓여 발효한 액체. 우리가 아는 검붉고 진득한 발사믹이었죠. 모데나의 사람들은 대를 이어 발사믹을 전수하고 이를 가문의 유산으로 여겼어요. 그들에게 발사믹은 황제에게 경의를 표할 최고의 수단이었죠. 이번 에피큐어는 발사믹에 담긴 자부심의 근원을 탐구합니다. 발사믹의 풍미를 만드는 독특한 제조 방식부터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나에게 맞는 발사믹을 알아보는 방법까지. 황제에게 전하는 선물을 고르는 마음으로 내용을 눌러 담았어요. 구독자 님이 발사믹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될 한 편의 레터를 부친다는 뜻입니다.
수많은 발사믹 중 좋은 발사믹은 무엇이고 나에게 맞는 제품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발사믹 식별안을 기를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정리했어요.
발사믹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숙성 기간은 훌륭한 단서입니다. 오래 숙성될수록 신맛은 줄고 단맛은 농축되는 경향을 보여주거든요. 내 입맛에 맞는 발사믹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겪었을까요?
화이트 발사믹은 왜 인증받은 제품이 없을까요? 콘디멘토란 무슨 뜻일까요? 긴 역사를 가진 발사믹 브랜드, 레오나르디에서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답해줬어요.
Q. 화이트 발사믹은 레드 발사믹과 제조 방식이 다른가요? 청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발사믹은 레드 발사믹과 포도를 끓이는 시간이 달라요. 긴 시간을 끓여 색이 짙어지는 캐러멜 현상을 피하고자 짧은 시간만 열을 가하죠. 나무의 색이 덜 배도록 주로 밝은 참나무통을 활용해 숙성한다는 차이도 있답니다.
Q. 화이트 발사믹은 왜 인증을 받은 제품이 없나요? 유럽 연합의 인증은 기준이 엄격해요. 심지어 짙은 갈색을 띠어야 한다는 색상에 관한 규정도 있죠. 화이트 발사믹은 맑은 금빛을 띠므로 인증을 받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Q. 발사믹에 쓰이는 콘디멘토란 무슨 뜻인가요?
직역하면 ‘조미료’라는 뜻이에요. 발사믹 인증 기준에서 벗어난 제품을 의미합니다. 전통 방식만 따르지 않았을 뿐, 콘디멘토 발사믹도 뛰어난 제품이 많습니다. 화이트, 로제 발사믹처럼 신선한 제품군을 만날 가능성의 창구이기도 하죠.
Q. 제품에 있는 메달 개수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발사믹은 정확한 숙성 연도를 표기하기 어려워요. 여러 통에 옮겨 담는 숙성 과정에서 다양한 연도의 원액이 섞이기 때문이죠. 제품의 메달, 왕관 같은 표기는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제조사가 숙성 연도와 품질을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Q. 와인 식초와 발사믹은 무엇이 다른가요? 와인 식초는 이름 그대로 와인을 다시 한번 발효해 만듭니다. 술에서 출발한 식초인 셈이죠. 끓인 포도즙으로 만든 발사믹에 비해 와인 식초는 발효 과정이 짧아 복잡한 풍미를 얻기 힘들어요. 발사믹에 비해 선명한 신맛이 돋보이죠.
Q. 발사믹을 졸이면 발사믹 글레이즈가 되는 건가요?
발사믹을 졸여 수분을 줄이고 당분을 농축한 게 발사믹 글레이즈의 원리입니다. 시중에서 만나는 발사믹 글레이즈는 맛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단맛을 내는 재료와 전분 같은 증점제를 넣는 경우가 많아요.
Q. 발사믹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병을 세워서 상온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발사믹의 산성에 마개가 닿거나 너무 더운 곳에 두면 맛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 피하는 게 좋거든요. 냉장 보관도 권하지 않아요. 발사믹에 있는 주석산이 낮은 온도에서 결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발사믹은 간단한 쓰임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요. 여러 전문가가 전하는 발사믹 활용법을 모아왔죠.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손쉽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답니다.